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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119] 왓치맨 :: 2009/03/07 19:32

제목 : Watchmen (2009)
감독 : 잭 스나이더
출연 : 제프리 딘 모건, 재키 얼 헤일리,빌리 크루덥, 패트릭 윌슨, 매튜 굿, 말린 애커맨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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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의 원작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남긴 것도 있는데, 이후에 영화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는 차라리 영화를 보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원작자 알란 무어의 말처럼 만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작품의 영화화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잘 다듬었다고 해도 원작의 그늘에 가리워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과 영화는 나름 그 매체에 알맞은 각색이 가해져야 하고, 그 둘의 내용에 있어서 일부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탄탄하고 설득력있게 전달만 해준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시간이 갈수록 영화 왓치맨에 대한 호기심이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개봉 당일 야간 상영관을 찾아가 관람을 했다.

  영화를 보고나니, 이거 호불호는 확실히 갈릴 것은 뻔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참패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영화 홍보처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이야 그들의 낚시 카피문구에 걸려들지는 않았을테지만, 영화의 배경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100 퍼센트 낚이고 실망할만하다. 원작 자체도 쉽게 읽을만한 텍스트가 아닐 뿐더러, 영화도 그리 친절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에 대한 어떠한 지식도 없는 심각한 히어로물을 싫어하는 사람, 또는 다크나이트를 보면서 지루함을 느꼈던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반면에,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영상화 하는데 노력한 잭 스나이더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원작의 깊이를 풍부하게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지는 않으며, 또 너무 원작과 가까운 구성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굳이 영화를 봐야하는가 하는 의문도 생기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에 대해 보조적인 매체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팬무비'로서는 최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말하니 꼭 비꼬는 듯 한데, 난 지금 잭 스나이더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데 아낌이 없다.)

  2차 세계대전에 핵무기가 사용되고, 이후 동서 냉전시대를 통해 확산되는 핵의 공포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이런 작품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현실을 놓고 봤을 때도 조금 흥미롭지 않은가 싶다. 한번에 많은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대량살상 무기가 한편으로는 전쟁을 억제한다는 논리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힘의 균형에 의해 어느 정도 평화를 누릴 수가 있겠지만, 조금만이라도 그 균형이 깨어지게 되면 평화는 무너져 버린다. 바이트의 생각은 막강한 공공의 적을 만들면 서로가 손을 잡을 것이라 믿고, 또 그의 믿음대로 된 듯 하다. 하지만, 이렇게 강요된 평화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하는 암시는 영화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평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히어로들의 존재도 세상의 근본을 바꿀 수는 없었다. 물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닥터 맨해튼 조차도 인간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애써 범죄자들과 싸우고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하는 것들이 무슨 의미인 것인가? 아무리 싸우고 싸워도 범죄는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코스츔을 벗어던진 후, 적들과 싸웠던 옛날을 그리워하며, 심지어는 더 싸울 적들이 없다는 사실에 씁쓸해 하는 그들의 모습이 아이러니하다. 결국 그들도 눈앞에 닥친 핵전쟁을 막을 수는 없는 평범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수많은 희생을 통해서 당장에 눈에 보이는 평화를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그래도 이게 히어로였다는 사람이 할 짓인가?), 근본이 변화되지 않는 인간은 또 싸우게 될 것을...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니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절대 타협 불가의 로어세크도, 전지 전능한 닥터 맨해튼도, 그리고 가장 완벽한 인간인 오지맨디아스도 아닌 바로 코메디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이미 이러한 세상을 이해했고, 코메디언으로서 이 세상을 풍자했던 히어로이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제거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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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으로는... 최고의 캐스팅이다.


  처음부터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쓰여진 다크나이트와, 방대한 원작을 줄인 왓치맨의 비교는 어쩌면 처음부터 싸움이 안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적 힘은 다크나이트가 앞선다 하더라도, 그 비극의 농도는 왓치맨을 따라갈 수가 없다. 또 모른다. 안그래도 충격인 결말이, 충분한 캐릭터와 상황에 대한 설명이 더해졌더라면 더 큰 힘을 얻었을지도. 그냥 봐도 찜찜했는데, 그렇게 되었으면 보다가 심장이 터졌을지도... 그래도 배트맨은 고담시를 위해 자기를 희생이라도 했지만, 왓치맨의 영웅들은 수많은 희생 앞에서 모두 입을 다문다. 이렇게 무능한 히어로들이 또 어디 있을까? 이러니 또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서 열받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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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7 19:32 2009/03/0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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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thBeatles | 2009/03/07 23: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원작은 모르지만 심각한 히어로물은 좋아하고, 다크 나이트를 세번이나 영화관에서 볼 정도였던 저였지만(전심님이 말한 조건들에서 살짝씩 비껴 가는군요)....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수많은 희생 앞에서 모두 입을 다무는 영웅들이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수많은 희생을 만들어내고 방조한 영웅들이라고 해야 할까요.

    히어로라는 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이라는 점까지는 수긍을 할 수 있지만, 그 다름을 이용해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연 자신의 다름 또는 좀 더 가진 것을 가지고 수많은 이의 목숨을 능멸해도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고, 이걸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깨우치자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선택을 했다는 자체가 정말 역겹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 작품에서의 히어로는 가장 가깝게 봐서는 쌀나라 원숭이와 뭐가 다른지 도저히 분간할 수가 없었다고 하면 제가 이 작품의 이야기에 대해서 얼마나 실망했는지 설명이 될 듯 하네요, 뭐 닉슨이 독재를 하고 있다는 설정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거지만...

    @화면이나 이런 게 볼 만 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블루맨과 뜬금없는 19금 성인영화는 정말 당황스럽더군요.

    • whlheart(전심) | 2009/03/08 00:59 | PERMALINK | EDIT/DEL

      엡슈타인님이 그렇게 보실 정도니, 심각한 히어로물 싫어하고, 다크나이트를 못견뎌했던 사람이라면 말 다한 것이죠.

      아무래도 기존 히어로들을 극단적으로 비틀어 놓고, 또 그런 히어로들 역시 평화의 명목으로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과 그 만행 앞에 침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누가 감시자들을 감시하는가?'에 대한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작가의 의도였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세계의 경찰국가라 자처하는 저 양반들이 할 수 있는 평화 유지라는 것도 이런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을거라는 것을 진작에 보여준 셈인거죠. 그래서 일부러 닉슨을 3선까지 시킨것일지도... 원작이든 영화든 절대로 해피 엔딩은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 선을 위해서 한 히어로의 행위가 악이 될 수 있음을 가장 심각하게 말한 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 덩달이(나무군) | 2009/03/09 11: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영화적 스토리 텔링의 산만함이 좀 거슬리더군요. 아무래도 그래픽 노블의 영상 전환의 성공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겠지만, 말그대로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다보니 영화가 산만해지는 점이 분명히 발생하더군요. 원작의 팬이라면 놓치지 않을 잔 재미도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주의를 흐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긴 시간의 영화이기 때문에 하나의 줄기로 모을 수 있는 네러티브가 더욱 절실했다고 보입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적었는데, 이런 또 하나의 도전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저에겐 즐거운 일입니다. 영화도 고어스런 장면과 생각이상의 선정적인 장면에 놀라긴 했지만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whlheart(전심) | 2009/03/09 22:57 | PERMALINK | EDIT/DEL

      원작과의 구성이 거의 흡사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볼 때 산만함을 느끼는 것도 알란 무어의 말을 증명하는 듯해요. 만화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영화화 될 수 없다는 말 말이죠. 그래서 잭 스나이더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구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잭 스나이더가 아니었으면 이만큼 만들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저는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결말부분을 살짝 바꾼에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죠. 영화의 내용으로서는 코메디언이 몰라크를 찾아간 장면에 설득력이 없어지죠.

      확실히 이 영화는 원작이 뒷받침 되어야 재미있을 영화입니다. 그런 면에서 반은 성공이고 반은 실패인 셈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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